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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손말 다르니 농인도 '통일' 대비해야죠"      

[짬] 재독 농인 활동가 조혜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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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통역없이 남북농인 소통하길”


재독 한인단체 코리아협의회의 조혜미(왼쪽)씨와 투게더-함흥의 대표 로버트 그룬트(오른쪽)가 동영상에서 남북한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북 손말수어유튜브 갈무리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남과 북의 농인들이 어색함 없이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독일 베를린에서 남북의 수어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여주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초부터 독일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 온

코리아협의회와 북한 농인을 돕는 독일 청각장애인단체인 투게더-함흥이 함께 진행하는 손말수어프로젝트다.

남한에선 농인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손동작을 수어’(수화언어), 북에선 손말이라 부른다.

선천성 농인 조혜미는 이 프로젝트가 처음 기획된 것은 20186이라고 말했다.

투게더-함흥의 대표이자 그 자신 농인 로버트 그룬트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세계농인연맹을 대표해 북한에 거주했어요.

거기서 청각장애인센터, 유치원, 청각장애인 목공소 설립을 도왔지요. 그때 조선 손말을 배웠어요.”


‘남북한 수어 비교 프로젝트’ 진행
‘코리아협의회-투게더 함흥’ 함께 2월부터 동영상 4개 제작 유튜브에  남 수어 ‘깨끗하다’-북 손말 ‘새롭다’

국제수화 배우려 3년전 덴마크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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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손말수어’ 유튜브 갈무리

조씨는 그룬트에게 조선 손말을 배워 남한의 수어와 비교하는 영상 제작과 자막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그말고도 코리아협의회와 투게더 함흥의 회원 여럿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사업 진행을 위해 독일의 공익기관 재정 후원 단체인 배터플레이스 등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2월 말부터 지난 10일까지 남북의 수어를 비교해 보여주는 4개의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www.youtube.com/watch?v=7qMZEAiGBCA)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조선-한국 작은손말수어사전>도 기획하고 있다.

  저는 그림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한국에서 농인독립영상제작단 데프미디어를 통해 농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고 국제수어를 처음 알게 됐어요. 큰 충격이었고, 신선했어요.

견문을 넓히기 위해 국제수어를 배웠어요. 그때가 26살이었는데 농인으로 제 정체성을 발견한 것이죠.”

     그는 이후 관련 세미나와 강연을 찾아다니다

덴마크에 국제농청년리더십양성기관인 프론트러너즈’(Frontrunners)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17년 과감하게 유학을 떠났다.

덴마크에 도착한 조씨는 독일에 북한을 돕는 농인 단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던 조씨는 투게더-함흥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통해 단체를 이끄는 그룬트 형제를 알게 됐다.

그들은 조씨에게 손말수어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응한 조씨는 20185월 프론트러너즈 과정을 마친 뒤 독일로 왔다.

이미 많이 달라진 남북한 언어처럼 수어와 손말도 서로 다르다.

수어는 같지만 의미가 다른 사례도 있고, 의미는 같지만 수어가 다른 사례도 있다.

가령 한국 수어로 깨끗하다란 동작이 북한에선 새롭다가 된다.

한국 수어는 감사합니다인데, 북한 손말로 김치란 뜻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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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손말수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코리아협의회와 투게더 함흥 회원들이 베를린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왼쪽이 로버트 그룬트, 맨가운데 조혜미씨.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그룬트 투게더-함흥 대표는

남북 통틀어 한반도에 거의 50만명의 농인이 살고 있지만

그동안 남북한 언어 차이에 대한 관심이 음성이나 문자 언어에만 국한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농인 국제행사에 참석했을 때 남북 농인들이 직접 의사소통을 못하고 통역에 의지하는 것을 봤다

“‘손말수어프로젝트는 남북 농인들이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돕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요즘 독일 수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회의를 할 때면 문자 통역이나 독일어 수어 통역을 거쳐야 해서 의사소통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미 20168한국수화언어법' 개정을 통해 남북한 한국수어의 교류 및 연구에 관한 사항'을 기본계획으로 수립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지금껏 아무런 진행이 되고 있지 않아요. 제가 제3국인 독일에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는 현재 코리아협의회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 일본의 조선학교 문제,

한국내 여러 사회적 이슈를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국제 수어와 한국 수어로 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입력 2019.04.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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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남북의 손말·수어 / 이길보라


이길보라

독립영화감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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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다녀왔다.

농인 디자이너이자 활동가 조혜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덴마크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거처를 옮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북한 농인을 돕는 단체 투게더 함흥과 한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추진하는 손말수어 프로젝트다.

손말은 수화언어를 뜻하는 북한 말이고 수어는 수화언어의 줄임말인 남한 말이다.

손말수어는 말 그대로 손말·수어를 통한 남북의 연결과 이해,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다.


북한과 남한의 수어는 다르다.

분단 이후, 남북한의 음성언어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듯 농인의 언어인 수어 역시 다르게 변해왔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통역사 없이 소통할 수 있었지만, 북한과 남한의 농인이 대화하기 위해서는 통역사가 필요하다.

음성언어 사용자들은 남북의 언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여러 방법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농인들은 그럴 수 없었다.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두 언어는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소통이 어려운 정도가 된 것이다.

비록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긴 했지만,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그 놀라운 가능성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정작 남북의 농인은 통일이 되어도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가볍게 안부를 묻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회사를 다니며 생계를 이어왔던 혜미씨는 한국에서 청각장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걸 깨닫고 덴마크로 유학을 떠났다.

국제 수어를 배워 전세계 농인들을 만났다.

한반도를 벗어나 이렇게 많은 농인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자 혁명이었다.


“20대 초반에 돈이 없어서 치어리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어떤 노숙자 한 분이 귀가 안 들리냐고 묻는 거예요.

너무 불쌍하다고, 안 들리는데 어떻게 그 일을 하냐며 주머니에서 빳빳한 돈을 꺼내 주더라고요. 30만원이었어요.”


냉큼 그 돈을 받았다며 그녀는 웃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혜미씨는 졸업 후, 한국이 아닌 독일로 향했다.

북한 농인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음을 깨닫고 투게더 함흥과 함께 남한 수어와 북한 손말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을 시작했다.


남북한의 수어를 소개하는 영상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다섯편이 만들어진 이 영상에는 다양한 언어가 등장한다. 첫번째로 화자는 국제 수어를 사용한다.

화면분할을 통해 남한의 수어와 북한의 손말이 비교되어 제시된다.

자막은 영어와 한글 문자언어로 제공된다. 이 짧은 영상에 무려 다섯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 언어들 사이를 가볍게 넘나들며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농인들은 자신의 수어를 기반으로 다른 수어를 빠르게 습득하는데 이는 청인이 다른 음성언어를 배우는 것에 비해 훨씬 빠르다.


오른손 바닥으로 주먹을 쥔 왼팔을 쓸어내린 후, 두 주먹을 쥐고 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하여 가슴 앞에서 아래로 내리는 동작은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수어다.

다행인 건 북한의 손말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남북의 농인들은 청인들보다 빠르게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여 소통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해체하고 있는 분단의 긴장, 또 다른 방식의 연대. 그것을 기반으로 찬란하게 꽃피울 농문화와 손말·수어를 기대해본다.


입력 2019.03.01. 17:46 수정 2019.03.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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