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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함의 비유(1)(누가복음 11장 5~13절)

기독교 신앙생활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를 말하라 하면 ‘기도’를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기도의 또 다른 얼굴은 절망이다.
왜냐하면 삶 속에 놓인 고통의 순간을 해결해 달라고 오랜 시간 동안 기도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도가 우리에게 절망이 되는 이유가 있다.
기도를 우리 신자가 소유한 ‘특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내 소원을 이루어 내야 할 ‘도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부분 종교가 가진 요식 행위 중 하나는 기도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와 다른 종교가 가진 기도의 가장 큰 차이는 관계다.
다른 종교의 신과 인간과의 관계는 ‘소원을 들어주는 자’와 ‘소원을 요청하는 자’의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 절대 권력을 가진 신에게 자신의 소원을 빌면 그것을 이루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소원을 비는 입장에서 가장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해야 그 신을 감동하게 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래서 이를 위해 3000번의 절을 하거나, 재산을 바치거나 지성을 드리는 것에 집중한다. 왜냐하면 그 신을 감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주종의 개념이다. 예수님 비유 중에 많은 부분이 주인과 청지기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이것 역시 다른 종교와의 차이이다. 우리가 믿는 신이 기복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의 명에 순종해 주인의 뜻을 이루는 것이 인간의 목적 중의 하나다.

다른 하나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다. 이 두 가지(주인, 아버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둘 중 하나의 관계만 가지고 하나님을 인지한다면 하나님을 바로 이해할 수 없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라는 선언은 참 놀라운 선언이다. 왜냐하면 유대인에게 있어 아버지와 자녀(아들)의 관계는 상하의 개념이 아니다. 동질의 개념이다.
그렇기에 예수님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 것에 유대인이 분노했다.

이 선언은 하나님이 우리를 노예나 혹은 비천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우리를 창조주인 자신과 같은 위치와 대우를 해 주신다는 약속이다.
그러므로 내가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것은 내 소원의 성취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님으로부터 인간을 향한 대단한 선언 속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 여기는 관계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빌기만 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가장 큰 복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소원에 대한 하나님으로부터의 응답 이전에 기도 그 자체가 가진 메시지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하나님과 우리는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그 친밀함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즉 기도란 근본적으로 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자격과 신분 때문에 생긴 하나님과의 영적인 교제요, 관계에 관한 ‘부산물’이다.

그런 맥락에서 예수님께서 주신 이 강청함의 비유는 상당히 특별하다. 하나님과의 관계적인 측면을 조금 더 발전시킨 비유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사용된 ‘아버지’라는 표현이 어떤 사람에게는 친숙함의 의미보다 두렵고 권위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가 있다.

그렇기에 예수님이 더하신 비유가 오늘의 벗(친구)이라는 표현이다.(6절)
예수님은 이 ‘아버지’와 ‘벗’이라는 표현을 통해 단순한 전능자와 간구자라는 피상적 관계를 넘어선 우리의 정체성이 하나님에게 속한 자라는 것을 강조하신 것이다.
그것이 기도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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