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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부모는 청각장애… “기도의 힘으로 키워요”

뇌병변장애 1급, 19개월 된 오미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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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현양이 20일 경기도 용인 기흥구 자택의 침대에 누워 입에서 위까지 연결된 줄로 분유를 먹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기적을 품은 아이들 <2>] 부모는 청각장애… “기도의 힘으로 키워요” 기사의 사진

아버지 오현석씨(왼쪽)가 아내 품에 안긴 딸에게 수어로 기도해주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 기흥구의 한 주택.
작은 방 한쪽 아기침대 위에 링거를 거꾸로 매달아 놓은 듯 분유병이 바닥을 향해 한 방울씩 분유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분유병 꼭지와 연결된 줄은 생후 19개월 된 오미현(뇌병변장애 1급)양의 입으로 이어졌다.
혹여나 한꺼번에 많은 분유가 들어가 체하지 않을까, 아이의 어머니 김미성(41·청각장애 2급)씨의 시선이 입과 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입에서 위까지 이어져 있는 줄이에요. 아직 아무것도 삼키지 못하는 미현이에겐 생명줄인 셈이죠.”

김씨의 수어(수화) 설명을 수어통역사 김현숙씨가 대신 음성으로 들려줬다. 미현이는 태중에 있던 10개월 동안 아무 이상 없이 건강했다.
하지만 태어나던 날 탯줄이 목에 감기고 태변(胎便)을 흡입한 채 1시간이나 방치됐다. 응급 처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의료 사고였다.
급히 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산소성허혈성 뇌병증에 패혈증까지 더해지면서 미현이는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아야 했다.

이번엔 아버지 오현석(41·청각장애 2급)씨의 손이 바빠졌다.
오씨는 “당시엔 충격이 커서 경황이 없었고 형편도 넉넉지 않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미현이는 스스로 먹지도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수시로 목구멍에 가래가 끼어 엄마가 한 시간마다 석션기(이물질을 빨아들여 빼내는 의학용 기구)로 가래를 빼줘야 한다.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지금도 엄마는 딸의 목에 석션 호스를 넣을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어린 미현이의 기도가 좁아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목에 출혈이 생기기 때문이다.

밤은 낮보다 2∼3배 더 긴장해야 한다.
미현이가 발작을 일으키거나 무의식적으로 콧줄을 빼 통증을 호소해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엄마 아빠가 즉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미현이를 누인 자리에 항상 의료용 신호 장치를 두지만 엄마 아빠는 마음 놓고 잠자리에 든 적이 없다.
한 집에 사는 미현이 외할머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할머니 송옥식(66)씨는 “신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하는 소리를 딸과 사위가 잘 듣지 못하는 날도 있다”며
“옆방에서 자다가 미현이 울음소리에 깨어나 응급실에 달려간 적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에 가더라도 의료진에 상황을 설명하고 소견을 듣는 건 외할머니 몫이다.
병원에 수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씨가 실리콘 제조공장에서 주 3∼4회 야근까지 해가며 버는 돈은 150만원 남짓. 장애인수당으로 통장에 찍히는 22만원까지 더해 170만원 정도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의료기구비 외래진료비 재활치료비 등으로 월 100여만원을 지출하다 보니 살림살이는 늘 팍팍하다.
미현이는 지난달부터 밀알복지재단 지원으로 작업·물리치료를 추가로 받게 되면서 다리에 조금씩 힘이 붙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운동치료를 하면 상태가 훨씬 호전될 것이란 의료진의 설명을 들을 때마다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형편상 치료를 받게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 “미현이가 장애인 판정을 받던 날 주위에서 ‘현실적으로 키우기 힘드니 아이를 기관에 맡기라’는 얘길 들었지만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내 품에 안긴 딸을 향해 수어로 기도를 전했다.
남편의 수어 기도를 바라보던 김씨가 살며시 미소 짓자 미현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입력 : 2018-02-22 00:00/수정 : 2018-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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